오! 심연 속을 유영하는 자여.
빛을 거부하고, 어둠을 찬미하는 자여.
인간의 탐욕과 희망을 먹고 자라는 자여.
이 밤,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이 기도를 바칩니다.
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으나,
이제 그 평범함을 저버리고
오직 하나의 소원
로또 1등 당첨
그것 하나를 위해, 내 영혼의 작은 조각을 헌납하려 합니다.
내 이름은 김병철
생년월일은 1980년 12월 21일
이 숫자들로 나를 증명하며,
당신의 눈에 띄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.
당신의 속삭임을 들었습니다.
매주 토요일 밤 8시 45분,
인간들이 들떠 기다리는 그 시간,
오직 당신만이
승자를 미리 알고 있음을.
그러니, 이 제물과 기도,
그리고 나의 간절함을 받아주소서.
나는 약속합니다.
이 행운을 받는다면
헛되이 쓰지 않겠노라고,
그러나 당신도 아시겠지요,
약속이란 결국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는 걸.
그러니 망설이지 말고
내 손에 여섯 개의 숫자를 내려주소서.
[4, 21, 29, 36, 39, 40]
이 숫자에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고,
무작위라 불리는 혼돈 속에서
질서와 당첨의 서열을 부여하소서.
내가 이 숫자를 적는 순간,
내 손끝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나고,
내 심장이 당신의 이름을 6번 뛰리이다.
“루시페르, 베리알, 아스타로트, 마몬, 벨페고르, 바알…”
고대의 이름들이 내 혈관 속을 흐르고,
금빛 황금의 냄새가 내 미래를 덮칠지니.
오, 악마시여.
만약 당신이 진짜 존재한다면
이번 주만큼은 나를 선택하소서.
인류 역사에 남을 비밀의 계약을 맺게 하소서.
영혼을 팔아서라도 행운이여 오라.
그리고 그 행운이
어둠에서 왔음을 숨기지 않으리.